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에 대항해 EU 각국이 기업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불공정한 M&A를 규제하는 법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Executive Vice President) 마가렛 베스타거의 말
마가렛 베스타거 부위원장 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는 "현재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 될 위험에 놓여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며, EU 공정위는 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깊이 들여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덧붙여, 코로나바이러스 논의에서는 기존의 금기사항들은 차치되어야 한다며, EU 회원국이 나서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EU가 기업들의 주식 거래에 개입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 베스타거 부위원장은 "주식 매수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쟁을 제한하는 입수합병(M&A)에 대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든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불공정한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집행위는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럽과 중국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이탈리아에서는 콘테 정권이 6일 외국 기업의 매수로부터 국내 기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은행, 보험, 에너지, 헬스케어 등 광범위한 업종이 대상이며 10%가 넘는 주식 취득을 계획하는 외국 기업에 적용된다. 유럽연합(EU) 내 기업도 포함된다.
스페인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신 규칙을 이미 도입했다. 전략적인 업종으로 지정하는 기업의 경영권이나 10%가 넘는 주식을 EU 역외 투자가가 취득하고자 할 경우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독일은 EU 역외 기업의 인수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익에 반할 수 있는 M&A를 당국이 저지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마가렛 베스타거는 누구인가
베스타거 위원은 “구글세” 부과를 계기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2017년 6월 EU는 미국 기업 구글에 24억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 자사와 자회사 사이트가 우선 검색되도록 하는 등 시장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통해 쇼핑 서비스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했을 뿐 아니라 경쟁사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이를 주도한 이가 바로 베스타거 부위원장이었는데, 그녀의 논리는 단순했다. “다른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혁신할 기회를 잃었으므로 구글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무엇보다 유럽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할 기회와 혁신의 이익을 누리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베스타거는 주로 미국과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 왔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점 파괴자’, ‘실리콘밸리의 저승사자’ 등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IMF의 대한민국, 코로나 사태의 유럽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재무상황의 악화에 따른 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해서이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 M&A 시장이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시아 외환위기로 금융기관들과 대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거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인수하게 됐다.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이 뉴브리지캐피탈(Newbridge Capital·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그룹인 TPG와 합병됨)이라는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렸고,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됐으며,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산한 대우그룹 계열사들을 구제했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 가치가 떨어진 유럽 기업은 IMF 시절의 우리나라의 대기업과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 기업의 M&A 인수 의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마가렛 베스타거 부위원장은 지난날의 도덕적 금기를 깨부수고 자국 기업들의 주식을 구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어떻게 차이나머니를 방어하고, 자국 기업들을 살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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