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도서리뷰] 불안 /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불안의 해법 5가지
이 글의 순서
들어가며
이 책은
책 속의 문장들 - 해법
- 철학
- 예술
- 정치
- 기독교
- 보헤미아
나가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정치! 입니다.
여러분 혹시 백예린이라는 아티스트를 아시나요? 멋진 음색을 가진 가수이자, 솔직한 심정을 덤덤히 풀어내어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작사가/작곡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앨범 《Our love is great》(2019)의 수록곡 중 하나인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라는 곡은 제가 즐겨 듣는 곡이기도 한데요. 그는 이 곡을 소개하며 '관계 안에서 서로 의도치 않게 피어난 불안함은 우리 잘못이 아니며, 결국 그것은 우리를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잠깐 가사를 한 번 보실까요?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위의 가사가 이유도 모르게 제 마음을 쿵 때렸습니다. 저는 이 가사를 연인 간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불안이 아닌, 타인과 나 사이, 혹은 세상과 나 사이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해석했었습니다. 위 가사대로 정체도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어느새 우리 안을 침투하고, 때로는 큰 상처로 자라나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로 변해 우리를 잠식시키곤 합니다. 위 곡의 화자는 불안의 원인은 모르겠으나, 우리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 해법으로 우리 서로 손을 맞잡자고 말합니다.
불안을 노래한 이 곡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 역시 그의 책을 통해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보통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과 그 불가능에 대한 불안을 깊이 있게 고찰하고,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불안》이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지위에 대한 갈망은 다른 모든 욕구와 마찬가지로 쓸모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재능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자극하며, 남들보다 나아지도록 고무하며, 남에게 해를 주는 괴팍한 행동을 못하게 억제하며, 공동의 가치 체계를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결합한다. 그러나 모든 욕구가 그렇듯이, 이 갈망도 지나치면 사람을 잡는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가장 유익한 방법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중에서)
위 곡의 화자와 위 책의 저자는 '불안'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뤘으나, 구체적으로 보면 각각 '사랑' 속에 피어나는 불안과 '사회' 속에 피어나는 불안을 다룸으로써 그 내용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원인과 해법은 같았습니다. 불안의 원인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깥(사회)에 있는 것이며, 우리(연대)로써 풀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불안의 원인'에 대하여 책 속의 문장들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 알라딘 제공 책소개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파헤친 불안, 그 원인과 해법. '불안'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매우 밀접한 개념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불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종류의 불안 중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불안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경제적 성취 정도에 의해, 즉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위가 구분되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다. 그 시점부터 인간은 새로운 불안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다. 저자는 세상의 눈으로 본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의해 불안이 촉발되는 것으로 보았다.
알랭 드 보통은 그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총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또 여기에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 알랭 드 보통이 연구한 불안 해소의 해법이 더해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00여 년의 역사를 지탱해온 철학, 문학, 종교, 예술 등 방대한 자료를 훑으며 경제적 능력에서 비롯된 사회적 지위로 인한 불안, 그 처음과 끝을 파고 든다.
책 속의 문장들 - 해법
철학
철학과 약점의 극복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 쇼펜하우어, 《소품과 단편집Parrerga und Paralipomena》 (1851)
"자연은 나에게 '가난해지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자연은 나에게 '독립적으로 살라'고 간청할 뿐이다." - 샹포르, 《격언집Maximes et Pensees》(1795)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아게서 떼어낼 수 없다." - 에픽테토스, 《어록Discourses》(100년경)
(145P)
지적인 염세주의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해보면 서글픈 동시에 묘하게 위안이 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해왔다. 어떤 문제이든 다수의 의견에는 혼란과 오류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샹포르는 그의 이전과 이후의 여러 세대의 철학자들의 염세적 태도를 반영하여 이 점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했다. "여론은 모든 의견 가운데 최악의 의견이다."
이렇게 여론에 결함이 있는 것은 공중이 이성으로 자신의 생각을 엄격하게 검토하지 않고, 직관, 감정, 관습에 의존해버리기 때문이다. (153P)
예술
예술과 속물 근성
그러나 영국 19세기 소설에서 가장 은근하게 감동을 주는 몇 대목에서 엘리엇은 도로시아가 비록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혼을 했고 눈에 띄게 이루어놓은 일이 없기는 하지만, 가정에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드러난 그녀의 인격이 아빌라의 성 테레사 못지않게 성스럽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섬세한 영은 여러 사람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그녀의 본성은 지상에서 위대한 이름을 가지지 않은 통로들을 통해 발현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끝없이 멀리 퍼져나갔다. 세상의 선은 역사적으로 거창하지 않은 행동들 덕분에 확장되기 때문이다. 당신이나 나나 더 나쁜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았던 것은 반은 드러나지 않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다 지금은 사람이 찾지 않는 무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덕이다."
이 구절은 곧 소설 전체의 주제이기도 하다. 예술적 매체는 사람이 찾지 않는 무덤에서 쉬고 있는 모든 드러나지 않은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술이 사람의 공감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지 엘리엇은 그렇게 생각했다. (175-176P)
비극
비극은 기원전 6세기에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 시작되었으며, 보통 태생이 고귀한 주인공, 즉 왕이나 유명한 전사가 성공을 거두며 찬사를 받다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파멸이나 수치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을 놓고 주인공을 탓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닥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경우 자신도 언제든지 파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겸손해진다. 비극을 본 관객은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앞에서 슬픔을 느끼고, 그 일에서 실패한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진다.
변태와 정신병자, 실패자와 패배자를 이야기하는 신문이 이해의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 있다면, 비극은 반대편 끝에 있다. 비극은 죄 지은 자와 죄가 없어 보이는 자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이며, 책임에 대한 통념에 도전하고, 인간이 수치를 당한다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까지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을 존중하면서도 그 사실을 심리학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해낸다. (191P)
희극
따라서 만화도 다른 예술과 함께 매슈 아널드가 말하는 예술의 정의, 즉 삶의 비평이라는 정의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권력의 불의와 더불어 사회 체제에서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자들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선망도 교정하려 한다. 만화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가장 안타까운 인간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218P)
정치
이상적인 인간형
자신이 사는 사회의 이상 때문에 불안이나 실망을 느낀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충 살펴본 지위의 역사에서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간파할 것이다. 그런 이상이 돌로 만들어져 굳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상적인 지위는 오래전부터 계속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정치라는 말을 사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27P)
현대의 지위 불안에 대한 정치적 관점
다시 말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이나 빈자가 되는 사람이나 딱히 범주를 정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예수 그리스도가 처음으로 정리했고 19세기와 20세기에 정치적 사상가들이 세속적 언어로 되풀이했던 메시지를 따르는 것이다. 즉 소득과 명예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다. 수많은 외적 사건과 내적인 특징이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은 가난하게 만든다. 운과 환경도 있고, 병과 공포도 있고, 우연과 뒤늦은 발달도 있고, 적절한 시운과 불행도 있다. (238P)
근대의 성공적 삶이라는 이상은 돈과 선(善)을 연결시킬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연결도 시도한다. 즉 돈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239P)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47P)
정치적 변화
마르크스가 보기에 이데올로기적인 믿음을 주로 퍼뜨리는 사람들은 사회의 지배계급들이다. 그래서 지주 계급이 결정권을 쥔 사회에서는 토지에서 나오는 부가 본래 고귀하다는 개념을 주민 다수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심지어 이런 체제에서 손해를 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런 개념을 받아들인다). 반면 중상주의 사회에서는 기업가의 성취가 사회 구성원의 성공의 꿈을 지배한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256P)
조지 버나드 쇼는 《지적인 여자를 위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안내》(런던, 1928)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늘 존재해왔고 또 늘 존재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낟. 이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제도는 사실 일시적으로 임시변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257-258P)
연구를 해보면 지위와 관련된 근대의 이상 역시 자연스럽지도 않고 신이 주신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다. 그것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생산과 정치 조직의 변화에서 생겨난 것이며, 그 이후 유럽과 북미로 퍼져나갔다. 신문과 텔레비전에 주입되어 있는 물질주의, 기업가 정신,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그리고 다수는 이 체제에 의해 생계를 유지한다. (266P)
기독교
죽음
이반은 이제 살 날이 몇 주 안 남은 상태에서 자신이 지상에서 얻은 시간을 낭비했고, 겉으로는 품위가 있지만속으로는 황폐한 삶을 살았음을 인식한다. 그는 자신의 성장, 교육, 일을 돌이켜보며, 다른 사람들 눈에 중요해 보이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자신의 이익과 감수성을 희생해왔는데, 이제야 그들은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어느 날 새벽 이반은 통증에 시달리다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저항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충동, 늘 억눌려왔던 그 모호한 충동이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것이며, 나머지는 모두 진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공적 의무, 생활 방식, 가족, 사교계와 자신의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고수하는 가치, 이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닌지도 몰랐다." (270-271P)
죽음에 대한 생각의 가장 큰 효과는 아마 나일 강변에서 술을 마시든, 책을 쓰든, 돈을 벌든, 우리가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로부터 가장 중요한 일로 시선을 돌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덜 의존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죽어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자신의 소멸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마음속으로 귀중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된다. (276P)
공동체
그러나 기독교의 주장에 따르면 낯선 사람이란 없다. 다른 사람이 우리와 같은 요구와 약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낯설다는 인상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인간적인 깨달음이다. (306P)
공동체에서 제공하는 주택, 운송, 교육, 보건의 수준이 낮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피해 단단한 벽 뒤에서 살게 된다. 평범하다는 것이 존엄과 안락에 대한 중간적인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일 때는 높은 지위에 대한 욕망이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308P)
보헤미아
소로우는 한 사람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재구정하려고 했다. 그것은 부르주아적인 관점이 미묘하게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반드시 인생의 게임에서 패했다는 뜻은 아니다. 돈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사업 말고 다른 활동에 쏟는 쪽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현금이 아닌 다른 것에서 부유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소로우는 자신의 상태를 묘사하면서 가난한 생활이라는 말보다는 소박한 생활이라는 말을 쓰기를 좋아했다. 이 말이 강요된 물질적 상황보다는 의식적으로 선택한 상황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힌두, 페르시아,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한때 소박한 생활을 기꺼이 선택하려 했다는 사실을 보스턴의 상인들에게 일개우려 했다. 소로우가 윌든 호수에 머문 뒤 미국에 막 등장한 산업사회에 전달한 메시지의 기조는 소로우 전이나 후의 거의 모든 보헤미안들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 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337P)
앨버트로스 - 보들레르
자주 뱃사람들은 재미삼아
앨버트로스, 그 거대한 바닷새를 잡는다
거칠고 깊은 바다를 가로질러
무심한 보호자인 양 동행해주던 새를,
뱃사람들이 갑판 위에 내려놓자마자
이 하늘의 군주, 어색하고 창피하여
커다란 휜 날개를 늘어진 노처럼
애처롭게 질질 끌고 다닌다.
이 날개 달린 나그네는 얼마나 꼴사납고 나약한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민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약하고 어색하고, 심지어 우스꽝스러운가!
어떤 선원은 담뱃대로 부리를 두드리고,
어떤 선원은 절뚝절뚝, 한때 하늘을 날던 불구자의 흉내를 낸다!
시인도 이 구름의 지배자 같아
총알이 이르지 못하는 곳에서 폭풍을 타고 놀지만
지상에 유배되면 야유와 조롱 속에서
거대한 날개 때문애 걷지도 못한다.
(343-344P)
가장 넓은, 가장 포괄적인 말로 보헤미아의 기여를 요약하자면 그들이 대안적인 삶의 방식 추구에 정통성을 부여했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존중하는 하위문화의 경계를 정하고 의미를 규정했는데, 이곳에서는 부르주아 주류가 과소평가하고 간과하는 가치들이 적절한 권위와 위엄을 부여받았다. (354P)
나가며
자본주의적 가치 이외의 것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의 원인은 자본주의 사회를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이기 때문이죠. 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로 유명한 하버드 교수 마이클 샌델은 앞의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왔다."
분명 자본주의는 경제 체제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능력주의)과 그로 인한 가치체계(속물근성을 야기하는)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불안의 해법을 논하며, 자본주의적 가치(부와 명예) 이외에도 우리가 추구할 만한 다른 가치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철학과 예술은 이러한 가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도록 돕습니다. 기독교의 가르침과 보헤미안의 삶의 방식은 이러한 가치들을 따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목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하려 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각 세대마다 높은 지위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들을 충실하게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패자나 이름 없는 사람이라는 잔인한 규정과는 다른 규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정당성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하나 이상의 길, 판사냐 약사의 길과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위로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356-357P)
한 사람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불안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랑의 결핍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355P)
자본주의적 가치를 따르는 이들에게 인정받고자 한다면, 자본주의의 룰을 따라야 합니다. 자신은 자본주의적 이상을 추구하며, 자본 창출 능력이 뛰어난 경우라면 쉽게 그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헤미안들에게는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전혀 타격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자본주의적 이상을 따르나 자본 창출 능력이 없는 경우입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으나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멸시 뿐입니다. 이 경우 해법은 두 가지 입니다. 자본주의적 이상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가치체계로 돌아서거나, 자본창출능력을 열심히 키우는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전자에 대하여 책을 썼으며, 많은 수의 자기계발서적들은 후자에 대하여 썼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변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거나 스스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불안의 근본적 원인인 사랑결핍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는 내 곁의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당신이 돈이 많든 적든,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건 말건,
당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건 말건,
당신은 그 자체로 특별하며,
나는 당신을 존중하고
나는 당신을 인정합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정치! 였습니다.
이 책에 대한 앞선 글
이런 책은 어떠세요?
- [#책추천 #도서리뷰] 소유냐 존재냐 / 무한생산 무한소비의 자본주의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
- [#책추천 #도서리뷰] 팩트풀니스 / 왜곡된 세계관에서 벗어나 현실 감각을 쌓게 해주는 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