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 재벌은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직원의 몫을 독차지해도 되는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재벌>이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책은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사회(특히 경제적으로)에 대해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말싸움을 할때도 내 논리를 바로 세우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반박도 꼬박꼬박 생각을 해야 하듯이, 재벌이 일궈가고 있는 부정의하고 부도덕한 사회를 직면하고 이에 반박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만, 이 책은 재벌 타도 ! 재벌 해체 ! 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그리고 총수일가)이 시장자본주의의 원칙과 규제를 바로 지키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쓰여졌다. 대기업은 분명 사회 풍요를 위해 함께 가야 한다.
대기업 그리고 재벌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거두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목차
- 프롤로그 :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위한 첫걸음
- 1부 대한민국은 재벌의 나라인가
- 2부 이재용은 어떻게 삼성을 거저 물려받았을까 - 재벌대기업은 어떻게 법률을 무시하고 편법 승계를 하는가
- 3부 한국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호갱'인가 - 현대자동차의 국내외 소비자 차별
- 4부 초일류 기업이 사는 법, 이익 앞에 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어떻게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저버렸는가
- 5부 재벌은 로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 6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의 시작과 끝
- 에필로그 : 1992년 청년 박용진의 길, 2018년 국회의원 박용진의 길
책 속의 문장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추상적 구호처럼 느껴진다. 국민들은 재벌이 개혁되기를 원하지만 무엇이 재벌개혁이며, 경제민주화인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바라면서도 혹여 그 때문에 재벌이 망하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우리 경제를 더 튼튼하게 해줄 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있게 말하건대 재벌개혁이 재벌대기업을 살리고 경제민주화가 경제를 살린다. 미국이 오늘날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외교적 '슈퍼파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을 시작으로 한 강력한 반독점체제의 구축 덕분이다. 자유로운 경쟁으로 시장의 활력과 기업가들의 상상력을 보장하는 경제체제가 확보되었기 때문에 강력한 시장경제체제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시장에서의 독점과 일방적인 힘은 가장 위험한 반자본주의의 실체다. 일부 기업의 독점과 일방적인 시장 장악력이 커질수록 시장의 경쟁력과 활력은 위축될 것이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 같지만 그 결과 시장은 모든 것을 잃고 사막화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호들갑떨면서 경계하는 반자본주의적 주장으로 무장한 사회주의 혁명세력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이 아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무장한 독점체제가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이다. 경쟁은 많은 것을 가져다주지만 그 결과가 정의로운 것만은 아니다. 경쟁의 과정과 결과 속에 끝없는 탐욕만이 넘쳐난다면 그 사회에 미래는 없다. 미국은 일찍부터 과감하게 그 영역의 조율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오늘날의 풍요와 번영을 이룬 것이다. (16-17P)
재벌은 타도하고 해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풍요를 위해 함께해야 하는 존재다. (20P)
공정하지 못한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불공정필망국 不公正必亡國 (28P)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두 번 반복되는 단어는 오직 두 개뿐이다. '자유' 그리고 '균등', 즉 자유와 평등이다. 길지만 단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된 헌법 전문에서 자유와 평등만이 두 번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헌법의 아버지인 제헌국회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까?
우리 헌법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걱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 모두의 권리인 것이다. 침해받아서도 안 되고 유보될 수도 없는 가치다. 다시 말해 누구도 국민의 균등한 기회와 평등한 삶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건국의 기본 이념이자 국민 모두의 확고한 약속이다. (31-32P)
재벌 총수들은 그들의 자녀를 차기 총수로 만들기 위해 온갖 시장 교란 행위를 한다. 가족회사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공익법인 악용하기 등이 동원된다. 이익은 개인이 챙기고 손해는 회사나 사회 혹은 가맹점들이 나눠 갖게 만든다. 심지어 재벌 총수의 자녀들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기회는 평범한 시민의 자녀들이 갖는 기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문제는 기회와 불균등을 넘어 그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희생으로 일구어온 기업을 독점함으로써 이 사회를 망치고 불공정의 정글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40P)
대한민국의 시장경제에서 재벌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들의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적 자금이 국민 혈세로 투입되었으며, 대량 해고와 저임금 노동, 비정규 일자리의 확산 등 고용불안이 국민의 삶을 덮쳤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 재벌기업의 성공은 국민은 배제된 채 총수 일가와 기업의 내부 잔치에만 그쳤다. 재벌은 자신들의 부담은 국민과 나누되 이익은 독점해왔다. 무엇보다 재벌들의 시장 규칙 위반 행위는 경제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런 재벌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는 일은 곧 국가 경제를 망치는 길이다 (42P)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이 정치적 역량의 성숙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듯이 정치민주화가 경제민주화를 견인하지 못했다. (45P)
사실 나라를 망하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두가 기본적인 사회적인 규칙을 잘 지키면 된다. (중략) 하지만 문제는 이 규칙을 '규제'라 부르고, 특권과 반칙으로 빠져나가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규제가 자유시장경제의 발목을 잡고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규제는 자유를 제한하고 부작용만을 낳을까?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규제는 빨간불에 서고 파란불에 움직이는 교통신호등이다. 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규칙이다. 이 간단한 규칙 덕분에 수천수만 대의 자동차가 질서 있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칙을 규제라 부르면서 '나는 급하니까 빨리 가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 사고가 발생하고 전체 교통 흐름이 엉망이 되고만다. 사회도 이와 마찬가지다. 규칙이 무너지는 순간 사회의 질서 또한 순식간에 무너지고, 규칙과 질서가 무너진 자리에는 특혜와 특권만이 판치게 된다. (46-47P)
왜 한국의 초거대 기업들은 이런저런 특혜와 꼼수로 시장 경제를 어지럽히고도 세금 및 금융 지원을 받고, 일감 몰아주기와 세금 회피, 편법 경영권 승계를 일삼는데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곳에 방치된 법의 구멍, 정부 안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비리, 퇴직 후 대기업의 임원으로 이직해가는 전직 관료, 로비에 포섭된 현직 관료 등 한국 사회의 적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마치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것처럼 둔갑함으로써 그 누구도 '왜?'라는 의문을 품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강조하건대, 공정하고 균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이런 오랜 적폐들을 걷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51P)
능력이 검증되지 않고, 자기 재산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도 아닌데 단지 DNA 성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부를 물려받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한국 재벌들의 심각한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신뢰로 움직여야 하는 시장경제가 이런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91P)
모든 영입 대상 직종과 인물들은 재벌대기업이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총수 일가의 탈법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와 사회적 비판을 약화시키는 도구로 쓰인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애지중지 키워낸 최고 엘리트들이 재벌대기업의 집사 노릇으로 전락할 꼴이다. (230P)
유사 게시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