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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책 속의 문장들

[#인문학 #책추천 #도서리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by 정치!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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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추천 #도서리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이 글의 순서

 

* 들어가며

* 이 책은

* 책 속의 문장들

* 나가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정치! 입니다.

2010년 경,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이 그의 수업 '정의 Justice'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군생활 중이었기에, 생활관에서 샌델의 책을 재미있게 그리고 놀랍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책이 꽤나 인상 깊었기에 그의 또 다른 책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바로 주문해서 군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군생활을 끝내 후, 철학에 매료되어 대학교로 돌아와 철학과로 전과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며 자본주의의 한계와 인간 소외에 대해 유독 생각이 많았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NGO에서의 근무를 꿈꿨던 것 같아요. 사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지금의 문제 많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일조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 졸업 후 결국 제 첫 직장은 국제보건 NGO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활고를 못 이겨내고 지금의 회사(사기업)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간답게 살려면 어쩔 수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살다 보니 책을 읽거나 대학에서 공부하며 느낀 바, 다짐한 바를 모두 잊고 살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 알라딘 제공 책 소개

 

한. 미. 영 동시 출간되는 마이클 샌델의 2012년 최신작. 시장가치가 교육. 환경. 가족. 건강. 정치 등 예전에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이때, 마이클 샌델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 이 책은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 논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샌델은 우리 대신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지상주의가 지난 수십 년간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샌델은 도덕적, 시민적 갱생에 대한 희망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결정할 철학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책 속의 문장들

 

어떤 사람들은 시장지상주의의 핵심에 담긴 도덕적 결점은 탐욕이고, 이 때문에 무책임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대로라면 해결책은 탐욕을 억제하고, 은행가와 월가의 중역들에게 더욱 품위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하고,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야 유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껏해야 부분적인 진단에 불과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데 분명 탐욕이 큰 역할을 했지만 무언가 더욱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탐욕의 증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려면 우리는 탐욕을 비난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장이 사회에서 행사하는 역할에 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시장의 본분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시장이 지닌 도덕적 한계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24P, 서론 ; 시장과 도덕)

 

사진 = unsplash

 


 

줄 서기에 관해 시장을 옹호하는 입장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 존중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에 대한 주장이다. 첫 번째는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의 입장이다. (중략) 시장을 옹호하는 두 번째 주장은 경제학자에게 좀 더 친숙한 것으로 공리주의자(Utilitarian)의 입장이다. (52P, 새치기)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의 목적이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유시장이 줄서기보다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재화에 기꺼이 가격을 지불하려는 것이 꼭 해당 재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에는 자발적으로 지불하려는 마음만큼이나 지불할 수 있는 능력도 반영된다. (55P, 새치기)

 

 

부패라고 하면 흔히들 부정 이득을 연상한다. 하지만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을 부패시키는 행위는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위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회 공청회 방청권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일종의 부패다. 의회를 대의 정부의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체로 생각하고 다루는 셈이기 때문이다. (59P, 새치기)

 

 

사진 = unsplash

 


 

과연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정치학자, 법학자 등이 이러한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학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시장 개념이 매우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적 관계도 시장 관계의 개념에 맞추어 놀라울 정도로 수정되었음을 목격해왔다.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한 가지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금전적 인센티브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81P, 인센티브)

 

 

벌금과 요금, 기타 금전적 인센티브가 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고 상황마다 다르다. 요점은 시장이 특정 규범, 즉 거래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재화를 상품화할지 말지 결정할 때는 효율성과 분배 정의 이상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시장 규범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낼 것인지 물어봐야 하고, 만약 그러한다면 그것이 우려할 만한 상실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116P, 인센티브)

 

 

어린이집 이야기는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으로 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일반적인 가격 효과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행위에 대한 (경제적) 가격을 인상하면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경우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려면 어떤 활동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내는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어진 활동에 담긴 도덕적 이해를 살펴봐야 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불이익을 안김으로써 해당 활동을 상품화하면 그 같은 도덕적 이해를 밀어낼지도 판단해야 한다. (130P, 인센티브)


 


 

선물 교환이 언제나 효용성 극대화의 비이성적 일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물이 단지 효용에 관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선물은 우리의 정체성에 도전하고 개입하고 이를 재해석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우정은 서로에게 유용한 관계 그 이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정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자신의 특징을 키우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최고 수준의 우정에는 형성해주고 교육하는 목적이 있다. 친구 사이에서 주고받는 모든 형태를 현금화한다면 우정을 공리주의적 규범으로 뒤덮어서 변질시킬 가능성이 있다. (147P,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핵 폐기장 유치, 자선 기부금 모집, 어린이집에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는 행위 등 세 가지 경우는 비시장 규범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 돈이 도입되면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켜 도덕적-시민적 헌신을 밀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장 관계가 발휘하는 잠식 효과는 때로 너무 강력해서 가격 효과 자체를 무효로 만들기도 한다. 위험한 시설물 유치에 동의하거나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자선기금을 모으거나 아이를 제시간에 데리러 오게 하려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자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이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 (167P,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그렇다면 시장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내는 경향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재정적 이유이고 둘째는 윤리적 이유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시민의 덕성과 공공정신 같은 사회규범은 파격적인 조건이다. 돈을 주고 사려면 비용이 많이 들었을 사회에 유용한 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167P,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사진 = https://medium.com/@madaboutmoney/is-money-the-real-root-of-all-evils-f48b0173cd74

 


 

이런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명명권과 시정 마케팅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점유하면서 공적 성격을 약화시킨다. 상업화는 특정 재화를 훼손할 뿐 아니라 공통성을 잠식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각계각층 사람들의 서로 마주칠 기회는 줄어든다. 야구경기장에서 스카이박스를 올려다보면서, 혹은 스카이박스 안에서 내려다보면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한다. 과거에 야구경기장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응원했던 경험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스카이박스를 올려다보는 사람뿐 아니라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에게도 상실이다. (275P, 명명권)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6P, 명명권)


그림 = 이투데이 기사, https://www.etoday.co.kr/news/view/1969492

 


나가며

 

다시 읽으니 역시 처음 읽었을 때보다 이해되는 부분도 더 많았고 느낀 바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에는 시장의 영역과 비시장의 영역이 분명 있으며,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을 통해 돈을 벌고, 삶에 필요한 물건을 이 돈을 매개로 교환하는 등의 시장 영역은 사랑과 우정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과 친구 등의 인간관계는 물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현장 등 비시장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족 간에 또는 친구 간에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공청회 입장권을 사고파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쉽게 말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청회 입장권을 얻기 위해 대신 줄을 서주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 타인의 생명보험 증권을 사고파는 사람들, 야구장의 명명권이 판매되는 현상,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 돈으로 거래될 수 없던 것들이 차츰 돈으로 거래되는 세상에 주목합니다.


시장의 영역이 우리의 삶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공공의 민주정치를 어렵게 하고, 사회 자본을 잠식하고, 불평등과 카르텔 그리고 부패를 발생시킵니다.

마이클 샌델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과연 이런 세상에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서는 안 되는 재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말이죠.

 

저는 적게 벌고 소소하게 만족하며 살고 싶은데, 모든 것이 거래되는 세상에서 빈자가 설 곳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돈은 근본적인 목적인 재화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남을 평가하고 무리 짓는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 사회 영역까지 침범한 자본주의의 모습입니다.

최소한의 인간 조건 정도는 돈벌이와 따로 떨어져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절대로 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최대한의 생산과 최대한의 소비만을 종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샌델은 공공의 역할에 호소합니다. 체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토론 그리고 시민의 합의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그가 끊임없이 강의를 하고, 토론을 주최하고, 책을 써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얼마를 버는지에 관계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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